1. 줄거리 – 경력 끝, 인턴 시작. 다시 살아나는 인생의 흐름
영화 〈인턴(The Intern)〉은 전통과 변화, 세대 차이와 융합을 따뜻하고 유쾌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영화의 시작은 은퇴한 70세 남성 '벤 휘태커'(로버트 드 니로 분)가 새로운 삶의 의지를 다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는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후, 하루하루가 무료하고 공허하게 느껴진다. 여행, 요가, 언어 공부까지 다양한 취미를 시도해보지만 마음속의 허전함은 좀처럼 채워지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지역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시니어 인턴 모집’ 공고를 발견하게 된다.
벤은 고민 끝에 인터넷 쇼핑몰 회사 '어바웃 더 핏(About The Fit)'에 지원서를 제출한다. 이 회사는 젊고 에너지 넘치는 CEO '줄스 오스틴'(앤 해서웨이 분)이 창립한 스타트업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패션 기반 전자상거래 플랫폼이다. 벤은 이곳의 시니어 인턴으로 채용되며, 새로운 인생의 두 번째 챕터를 시작하게 된다. 그의 진중하고 차분한 태도는 처음엔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 어색하게 느껴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회사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줄스는 초기에는 벤의 존재를 그저 회사의 실험적인 ‘복지 프로그램’ 정도로 여긴다. 하지만 벤은 특유의 배려심과 관찰력, 풍부한 인생 경험을 통해 주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회사의 복잡한 업무 흐름 속에서도 그는 조용히 자신의 역할을 찾아가고, 동료들의 사소한 문제들을 묵묵히 도우며 신뢰를 얻는다. 특히 줄스가 외부 투자자들로부터 CEO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압박을 받을 때, 벤은 단순한 인턴의 위치를 넘어 진심 어린 조언자로 거듭난다.
벤과 줄스는 서로 다른 세대이자 완전히 다른 배경을 지녔지만, 서로에게 중요한 사람으로 성장한다. 줄스는 일과 가정의 균형, 여성 CEO로서의 부담, 남편과의 관계 등 여러 문제로 고민하고 있었고, 벤은 그런 그녀를 말없이 곁에서 지켜보며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영화는 이들의 관계를 통해 ‘진정한 동료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상사와 부하직원이 아닌, 나이와 직급을 넘어선 진짜 ‘사람 대 사람’의 연결이 이 영화의 핵심이다.
영화는 줄스의 가정 문제를 중심으로 감정선을 깊게 파고든다. 그녀의 남편은 전업주부로서 딸을 돌보고 있었지만, 점차 부부 사이의 거리감이 커진다. 줄스는 CEO로서 성공했지만, 아내와 엄마로서의 역할에 끊임없이 회의감을 느낀다. 벤은 이런 줄스를 무작정 위로하거나 판단하지 않는다. 대신 그는 “지금 너는 잘하고 있어요”라고 말해줄 수 있는 존재가 된다. 벤은 말수는 적지만, 그가 주는 한 마디는 묵직하다. 그리고 그 한 마디는 때로 긴 연설보다 더 깊이 마음에 와닿는다.
결국 〈인턴〉의 줄거리는 단순한 세대 교류의 이야기를 넘어, 인생 후반에도 우리는 여전히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고, 또 누군가에게서 배울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다. 벤은 줄스를 통해 새로운 활력을 얻고, 줄스는 벤을 통해 흔들리는 삶의 균형을 다시 세운다. 이 영화는 직장이라는 공간에서 세대와 성별, 가치관의 차이를 따뜻하게 연결하며,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담아낸다.
단순한 코미디도, 감정 과잉의 멜로드라마도 아닌 이 작품은, 일상 속에서 누구나 겪을 법한 고민과 감정을 섬세하게 풀어낸다. 그리고 그 중심엔, 인생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주변을 돌아볼 줄 아는 ‘진짜 어른’ 벤이 있다. 그는 우리 모두가 닮고 싶은 어른이자,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이며, 어쩌면 우리가 삶의 끝자락에서 되고 싶은 이상적인 모습이다.
2. 영화의 메시지 – 진짜 어른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따뜻한 시선
〈인턴〉은 단순히 세대 간의 충돌과 조화를 다룬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는 ‘어른’이라는 단어에 담긴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영화 속 인물들은 각자의 역할과 책임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으며, 그 중심에서 벤은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며 주변을 변화시킨다.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나이가 들었다는 것이 꼭 뒤처졌다는 뜻은 아니다. 인생에서 축적된 경험과 인품은 여전히 의미 있고, 지금 세대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이 영화의 정서를 이끌고 있다.
가장 강하게 전달되는 메시지는 ‘인생에는 은퇴가 없다’는 것이다. 벤은 전직 기업 임원이었지만, 은퇴 후 허전한 삶을 견디다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그는 단지 시간을 때우기 위한 취미 활동이 아니라, 여전히 사회의 일원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어 한다. 이 메시지는 특히 인생 후반기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강한 울림을 준다. 아직 쓸모가 있다, 아니, 여전히 빛날 수 있다는 긍정의 메시지다.
반면 줄스는 커리어의 정점에 있는 인물이다. 사회적으로는 성공한 여성 CEO지만, 그녀 역시 혼란과 갈등을 겪는다. 일과 가정의 균형, 여성 리더로서의 시선, 결혼생활의 위기 등 다양한 압박 속에서 줄스는 흔들린다. 여기서 영화는 말한다. ‘성공한 사람도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을 때가 있다’고. 벤은 줄스를 도와주되, 조언이나 충고로 위에 서지 않는다. 그저 곁에서 지켜보고, 필요할 때 한마디로 힘을 준다. 이 장면은 진정한 어른, 진짜 동료가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중심 메시지는 ‘세대 간의 상호 존중’이다. 영화는 젊은 세대의 창의성과 속도, 유연함을 긍정하면서도, 기성세대의 신중함과 경험, 배려 역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벤은 최신 트렌드에 익숙하지 않지만, 사람과 관계를 다루는 데 있어서는 누구보다 노련하다. 그는 후배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배우려 한다. 그런 태도가 젊은 직원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고, 결국 팀 전체를 하나로 만드는 연결고리가 된다.
또한 영화는 삶의 균형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벤은 매일 양복을 입고 출근하며, 시간을 소중히 여긴다. 그는 사람을 대할 때 예의를 갖추고, 상대방을 존중한다. 줄스는 처음엔 그런 벤을 구식이라 여기지만, 나중에는 그의 태도에서 자신이 잊고 있던 무언가를 발견한다. 이 장면은 지금의 빠른 사회 속에서 잊혀 가는 가치들—예의, 배려, 성실함—을 다시금 돌아보게 만든다.
〈인턴〉은 조용한 영화다. 큰 사건이나 격렬한 갈등 없이도 깊은 감정을 전한다. 그 안에는 ‘사람이 사람을 통해 성장한다’는 일관된 메시지가 녹아 있다. 벤은 줄스를 도와줬지만, 동시에 줄스를 통해 자신도 다시 살아남을 느낀다. 줄스는 벤에게 기대었지만, 동시에 그를 통해 리더로서 더욱 단단해진다. 이 관계 속에서 우리는 나이와 지위를 넘은 ‘진짜 관계’의 아름다움을 본다.
결국 이 영화는 말한다. ‘인생의 마지막 챕터에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그리고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은,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는 사람보다, 묵묵히 곁을 지키며 신뢰를 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턴〉이 전하는 메시지는 그래서 단순히 따뜻한 감동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자체에 대해 조용히 질문을 던지는 울림을 지닌다.
3. 흥행 및 작품성 – 소박한 흥행, 오래 남는 감동
〈인턴〉은 2015년 개봉 당시 대대적인 블록버스터 영화들 틈바구니 속에서 출발한 작품이지만, 특유의 따뜻한 분위기와 인간적인 공감 요소 덕분에 꾸준히 사랑을 받았다. 이 영화는 개봉 당시 북미에서는 약 7,500만 달러, 전 세계적으로는 1억 9,400만 달러가 넘는 수익을 거두며 상업적으로도 충분한 성공을 거뒀다. 특히 미국 외 시장, 즉 아시아와 유럽에서 더 많은 인기를 끌었고, 국내에서도 입소문을 타고 장기 상영되며 관객들에게 여운을 남겼다. 고요하게 시작했지만, 잔잔한 파동처럼 퍼져나간 흥행은 이 영화의 힘을 잘 보여준다.
작품성 면에서는 무엇보다도 '잔잔함 속의 밀도'가 가장 큰 장점으로 평가된다. 특별한 사건이나 반전 없이도, 캐릭터의 대사와 행동, 표정 하나하나가 진심으로 다가온다. 영화의 중심을 이루는 벤과 줄스의 관계는 과장 없이 현실적인 흐름 속에서 천천히 발전하고, 관객은 그 과정을 지켜보며 마치 '현실 속 이야기'처럼 몰입하게 된다. 이러한 진정성 있는 접근은 관객에게 깊은 감정적 울림을 선사하며, 영화가 끝난 뒤에도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
〈인턴〉은 '웰메이드 휴먼 드라마'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로버트 드 니로와 앤 해서웨이라는 세대 대표 배우의 조합도 큰 화제를 모았고, 두 배우의 시너지 효과는 영화의 완성도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드 니로는 평소 보여주던 강렬하고 무게감 있는 캐릭터가 아닌, 따뜻하고 차분하며 배려 깊은 노년의 인물을 통해 전혀 다른 매력을 보여줬다. 관록 있는 배우로서의 내공이 자연스럽게 스크린에 녹아들며, 관객들은 그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에서 큰 감정을 이끌어냈다.
앤 해서웨이 역시 이 영화에서 매우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줄스라는 캐릭터는 성공한 커리어우먼이지만, 동시에 가정과의 갈등, 여성 리더로서의 고민, 주변의 기대와 압박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간적인 모습을 지녔다. 그녀는 일방적인 강인함이 아닌, 불안정함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인물로 줄스를 표현하며 많은 여성 관객의 공감을 얻었다. 특히 벤과 함께하는 장면에서 드러나는 미세한 감정의 변화들은 캐릭터에 설득력을 더했고, 영화에 현실적인 깊이를 부여했다.
감독이자 각본가인 낸시 마이어스의 존재도 영화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낸시 마이어스는 그동안 〈왓 위민 원트〉, 〈로맨틱 홀리데이〉,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등에서 섬세한 감정선과 세련된 미장센으로 인기를 끌어왔고, 이번 작품에서도 역시 그녀만의 부드러운 연출력이 빛을 발했다. 그녀는 빠르고 자극적인 전개 대신, 관계의 변화와 감정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내며 관객의 몰입을 유도했다. 또한 사무실 풍경, 집 안 인테리어, 의상 등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세련됨은 낸시 마이어스 특유의 스타일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음악과 촬영, 편집 또한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감정을 보조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특히 배경 음악은 과하지 않고 절제되어 있으며, 인물의 감정을 조용히 밀어주는 역할을 한다. 화면 구도와 색감도 따뜻하고 안정적이어서, 관객이 영화 속 공간에 머무르고 싶게 만든다. 이는 단순히 시각적인 아름다움이 아니라, 인물들의 감정 상태를 시청각적으로 함께 느끼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한다.
종합적으로 〈인턴〉은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갖춘 드문 영화 중 하나다. 흥행 성적만을 보면 화려한 블록버스터에는 미치지 못할지 모르지만, 관객 개개인의 마음속에는 깊고 오래 남는 작품이다. 반복해서 보고 싶은 영화, 누군가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로서 오랫동안 회자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 삶과 사람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이 영화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빛나는 ‘작은 명작’이라 할 수 있다.
4. 인물과 감정의 변화 – 세대를 넘어 서로를 치유하다
〈인턴〉은 캐릭터 간의 관계가 단순한 협업이나 사내 동료의 수준을 넘어서, 감정적 성장과 치유로 이어지는 과정을 아주 섬세하게 그려낸다. 중심에 있는 두 인물, 벤과 줄스는 겉으로 보기엔 너무나 다른 배경과 나이를 가진 이질적인 존재지만, 그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은 영화의 가장 중요한 서사 축이다.
벤 휘태커는 영화 초반부에서 단정하고 조용하며, 무던하고 차분한 인물로 등장한다. 그는 특별히 튀는 언행을 하지 않지만, 그의 태도는 직장 내에서 조금씩 주변 사람들의 태도를 바꾸기 시작한다. 예의와 존중, 경청과 관찰을 바탕으로 한 그의 행동은 빠르게 변하고 경쟁 중심적인 스타트업 환경에서 잊혀 가는 가치들을 되살린다. 단순히 어른이어서가 아니라, 누군가의 말을 진심으로 들어주는 태도에서 사람들은 위로를 느낀다.
줄스 오스틴은 정반대의 인물이다. 젊고 재능 넘치며, 능력 있는 CEO지만 항상 바쁘고 피곤하며 긴장감 속에 살아간다. 그녀는 일터와 가정 사이에서 중심을 잃지 않으려 애쓰지만, 상황은 점점 그녀를 압박하고 지치게 만든다. 외부로부터의 CEO 교체 압박, 남편과의 관계 악화, 자신이 만든 회사를 지켜야 한다는 중압감은 그녀를 더욱 고립시키고, 주변에 벽을 만든다.
벤과 줄스의 관계는 이 벽을 하나씩 허물며 시작된다. 줄스는 처음엔 벤을 ‘인턴’이라는 껍데기로만 본다. 연세가 많은 그가 과연 스타트업 환경에 어울릴 수 있을까, 실제 도움이 될까 의심하고 거리감을 두지만, 벤은 억지로 다가가지 않는다. 대신 줄스가 힘들어할 때, 화낼 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곁을 지킨다. 그리고 그 조용한 존재감이 줄스에게 깊이 스며든다.
특히 감정의 전환점이 되는 장면은 줄스가 외부 CEO를 받아들일 것인가를 고민할 때이다. 그녀는 회사를 위해서라며 자신을 내려놓으려 하고, 남편과의 관계에서도 스스로 죄책감을 느낀다. 이때 벤은 그녀에게 조언하기보다, 그녀의 가치를 다시 일깨워주는 존재가 된다. “당신은 당신의 방식대로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그의 말은 줄스에게 커다란 위안이자 방향성이 된다.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그 한 문장이, 줄스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이다.
벤 역시 줄스를 통해 감정적으로 성장한다. 그는 은퇴 후 삶의 방향을 잃고 있었고, 아내를 잃은 상실감 속에 하루하루를 흘려보내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줄스와의 관계는 단순한 업무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는 자신의 존재가 누군가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고, 감정을 나눌 수 있다는 사실에 다시 삶의 의미를 되찾는다. 그가 출근 전 습관처럼 하던 양복 매무새 정돈은 단순한 의식이 아니라, ‘다시 살아간다’는 자신과의 약속이기도 했다.
조연 인물들과의 관계도 벤의 감정선에 입체감을 더한다. 동료 인턴들과의 우정, 젊은 직원들에게 조용히 건네는 조언, 줄스의 딸과 자연스럽게 교감하는 장면은 모두 벤이라는 인물이 단지 '노년의 경험자'로 기능하는 게 아니라,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인간적인 존재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줄스 역시 벤을 통해, 자신이 너무 앞서 달려오며 잃어버렸던 감정들을 회복한다. 누군가의 말을 들어주는 자세,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지는 여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인간적인 허용. 그녀는 벤과 함께하며 그 모든 감정들을 되찾는다. 그리고 마침내 남편과의 관계도, 자신이 이끌던 회사와의 관계도 다시 새롭게 정의할 수 있게 된다.
〈인턴〉은 이처럼 두 사람의 감정적 성장을 평행선이 아닌 교차점으로 그려낸다. 서로가 서로를 변화시키고, 서로의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어주는 과정은 세대를 초월한 공감과 연대가 가능함을 보여주는 가장 따뜻한 증거다. 세대를 넘어서는 진짜 교감,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감정의 회복이 이 영화를 감동적인 성장 드라마로 만들어준다.
5. 현대 사회에서의 세대 융합과 조화 – 차이를 품고 함께 나아가는 길
〈인턴〉은 단순한 세대 간의 따뜻한 관계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 사회에서 점점 커지는 세대 간 격차와 그 해결의 가능성을 아주 현실적으로 다룬다. 영화 속 직장은 전형적인 밀레니얼 세대의 공간이다. 빠르고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 자유로운 복장, 수평적인 조직 구조, 때로는 감정 표현이 솔직하고 직설적인 환경. 이 속에 전통적인 가치관과 예의를 중시하는 벤이 등장하면서 갈등이 아닌 ‘융합’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벤은 처음엔 그저 특별한 인턴, 즉 '이벤트성 인재'로 여겨진다. 그러나 그는 자기 색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대신 주변을 관찰하고, 경청하며, 자신의 방식으로 사람들과 교감한다. 여기서 영화는 매우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새로운 세대에 맞추는 것이 변화인가? 아니면 다름을 인정하고 공존하는 것이 진짜 변화인가?’ 벤은 후자를 선택한 인물이다. 그는 요즘 세대의 문화를 비판하거나 바꾸려 하지 않고, 그 속에서 자신이 줄 수 있는 가치를 조용히 전달한다.
이러한 태도는 젊은 세대에게도 새로운 자극이 된다. 바쁜 업무에 치이고, 즉각적인 성과를 요구받는 현실 속에서 벤의 느긋한 페이스, 단정한 복장, 그리고 항상 예의를 잃지 않는 자세는 '오래된 것이지만 가치 있는 것'이라는 인식을 불러온다. 실제로 벤은 회사의 남자 직원들에게 정장을 입는 법을 가르쳐주고, 이성과의 관계, 직장 내 매너 등에 대해 조언하며, 자연스럽게 롤모델이 되어간다. 이는 단순한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삶의 태도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줄스를 비롯한 젊은 직원들은 벤을 통해 ‘속도’보다 ‘방향’이 더 중요하다는 걸 배워간다. 빠르게 움직이고 성과를 내는 것이 현대 사회의 미덕처럼 여겨지지만, 벤은 한 걸음 물러서서 상황을 바라보는 여유와, 말보다는 행동으로 신뢰를 쌓는 방식으로 모두를 변화시킨다. 이는 곧, 윗세대가 젊은 세대에게도 배울 것이 있고, 반대로 젊은 세대 또한 선배 세대의 경험에서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더 나아가 영화는 직장이라는 공간 안에서 다양한 연령대가 공존해야 하는 현실을 은근히 조명한다.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지금, 정년 이후에도 일하고 싶은 시니어 세대와, 빠르게 성장하며 기회를 원하는 청년 세대가 함께 일하는 구조는 앞으로 점점 더 보편화될 것이다. 〈인턴〉은 그 과정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를 묻는다. 바로 '존중'과 '공감'이다. 나이와 상관없이, 사람 대 사람으로 연결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 그것이 세대 융합의 시작이다.
벤과 줄스의 관계는 이 메시지를 대표한다. 줄스는 처음엔 벤에게 거리를 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조언을 기다리고, 그의 존재에 의지하게 된다. 반대로 벤은 줄스를 통해 세대의 간극을 좁히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배운다. 그들이 함께 만든 이 관계는 단지 직장 내 성공적인 콤비 그 이상이다. 그것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다.
〈인턴〉은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다. ‘다른 세대와 함께 일하는 것은 불편한 일인가, 아니면 새로운 기회인가?’ 영화는 후자를 조용히 지지한다. 그리고 이를 벤과 줄스의 따뜻한 교감 속에서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이 영화를 통해 진짜 '같이 일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볼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인턴〉이 현대 사회에 던지는 가장 값진 메시지일 것이다.
6. 결말의 의미와 여운 – 일도 사람도, 결국은 ‘함께’가 답이다
〈인턴〉의 결말은 따뜻한 여운을 남긴다. 영화는 클라이맥스를 향해 감정의 골이 깊어지다가도, 끝내 ‘포기하지 않으면 관계는 회복된다’는 희망을 전한다. 줄스는 외부 CEO를 영입해 회사를 맡기고 자신은 한 걸음 물러서려는 선택 앞에서 깊은 고민에 빠진다. 모든 사람이 그녀에게 ‘이게 너를 위한 선택’이라고 말하지만, 그 말이 그녀의 마음을 어루만지진 못한다. 그녀가 진심으로 원하는 건 단지 성공이 아니라, 자기가 만든 회사에서 자기가 계속 함께할 수 있는 ‘삶의 균형’이다.
벤은 이 중요한 순간에 어떤 조언도 강요하지 않는다. 그는 단지 줄스의 곁에 있어준다. 마치 늘 그래왔던 것처럼. 조용히, 꾸준하게, 그리고 진심으로. 이 영화가 보여주는 ‘어른’의 모습은 바로 이 지점에서 빛난다. 벤은 큰 목소리로 정답을 말하지 않는다. 대신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줄스의 마음을 존중해준다. 그리고 줄스는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깨닫는다. 결국 그녀는 회사를 계속 이끌어가기로 결심하고, 남편과의 관계에서도 대화를 통해 다시 회복의 실마리를 잡는다.
이 결말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것이 어떤 완벽한 해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괜찮은 선택'을 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줄스는 여전히 바쁘고, 여전히 불완전하다.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혼자서 모든 걸 버티려 하지 않는다. 벤이라는 든든한 동료가 있고, 자신을 이해하려는 남편이 있으며, 함께 회사를 운영해나갈 수 있는 팀이 있다. 이 모든 ‘함께’가 그녀를 다시 일으킨다.
영화는 마지막 장면에서 줄스가 벤과 함께 공원 벤치에 앉아 여유롭게 대화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그 장면은 화려하지 않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깊다. 늘 바쁘게 움직이던 줄스가 처음으로 스스로 시간을 멈춘다. 이 장면은 벤이 영화 초반에 말하던 '자신만의 리듬을 갖는 삶'이라는 메시지와 맞닿아 있다. 일도 중요하지만,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줄스는 이제 몸으로 느끼게 된 것이다.
이 영화의 결말은 현실적이다. 누군가 갑자기 인생이 완벽해지거나, 문제가 단숨에 해결되진 않는다. 하지만 사람은 사람을 통해 성장하고, 또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리고 때로는 곁에 있는 누군가의 말 없는 응원이, 어떤 조언보다 더 큰 힘이 된다. 벤은 줄스에게 그런 존재였고, 관객들에게는 ‘나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겠구나’라는 소망을 심어준다.
〈인턴〉은 일과 인생, 성공과 실패, 세대와 문화, 관계와 회복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담담하고 따뜻하게 풀어낸다. 영화가 끝났을 때 관객의 마음속에 남는 감정은 단순한 감동이 아니라, ‘나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지금의 나도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존재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바로 그런 긍정의 힘을, 강요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전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영화는 한 사람의 성장을 다룬 것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관계의 이야기다. 줄스와 벤, 젊은 직원들과 시니어 인턴, 가족과 동료. 이 모든 관계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결말은 단지 ‘잘 끝났다’는 느낌이 아니라, ‘계속해서 함께 갈 수 있다’는 믿음을 준다. 그래서 〈인턴〉의 마지막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처럼 느껴진다. 우리도 그렇게, 오늘 하루를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