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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엽문1> 리뷰(줄거리, 평가, 흥행, 메시지, 관계 변화, 실화와의 차이점)

by issueinfot 2025. 8. 10.

1. 줄거리

영화 엽문1은 실존 인물인 윙춘권(영춘권) 무술의 대가, 엽문(葉問)의 젊은 시절을 배경으로 펼쳐집니다. 이야기는 1930년대 중국 광둥성 포산(佛山)을 무대로 시작됩니다. 당시 포산은 중국 무술의 중심지로, 다양한 권법과 무술 유파가 활발하게 교류하고 경쟁하는 도시였습니다. 영화 초반, 엽문은 부유한 집안에서 살며 무술 실력을 갈고닦지만, 스스로를 낮추고 겸손하게 살아갑니다. 그는 이미 무술계에서 실력이 널리 알려져 있었지만, 명성을 쫓지 않고 도전에 나서는 일도 드물었습니다. 이로 인해 주변 사람들은 그의 실력에 대해 소문만 들었을 뿐, 직접 본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포산의 무술 고수들이 한 명씩 그를 찾아와 시합을 청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엽문은 도전을 거절하지 않지만, 결코 오만하거나 상대를 모욕하는 법이 없습니다. 그가 상대를 제압하는 방식은 기술적이면서도 절제되어 있고, 항상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를 유지합니다. 초반부 이 장면들은 엽문의 무술 철학과 인품을 잘 드러내는 중요한 장치로 작용합니다.

이 평화로운 일상은 일본의 침략으로 완전히 무너집니다. 1937년 중일전쟁이 발발하고, 포산은 일본군의 점령하에 들어갑니다. 부유했던 엽문 가문은 하루아침에 재산을 잃고, 가족과 함께 궁핍한 생활을 시작합니다. 생계를 위해 그는 석탄을 나르며 힘겹게 살아가지만, 마음속 무술 정신은 변하지 않습니다. 이 시기 엽문은 전과 달리 무술을 생계 수단이 아닌, 사람들의 존엄과 희망을 지키는 도구로 사용하게 됩니다.

일본군 장교 미우라(히로유키 이케우치 분)는 무술에 깊은 관심을 가진 인물로, 중국 무술가들을 초청해 일본 군인들과 대련을 시킵니다. 이긴 사람에게는 쌀을 주지만, 패한 자에겐 모욕과 폭력을 가합니다. 엽문은 처음에는 이 경기에 나가지 않으려 했으나, 무술가들이 굶주림을 견디며 목숨을 걸고 싸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을 바꿉니다. 그는 경기장에서 단 한 명으로 여러 일본 무도를 제압하며, 중국 무술의 위엄을 보여줍니다. 이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긴장감 넘치고 카타르시스를 주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이후 미우라는 엽문에게 개인 대결을 제안합니다. 이는 단순한 시합이 아니라, 중국 무술과 일본 무도의 자존심이 걸린 대결입니다. 경기 내내 엽문은 끝까지 기술과 정신으로 승부하며, 상대를 쓰러뜨리되 불필요한 살상은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본군 내부의 폭력적인 장교 사토가 규칙을 무시하고 총을 쏘면서 엽문은 큰 부상을 입습니다. 이로 인해 그는 도망쳐 숨어 지내게 되고, 영화는 그가 다시 무술 교육을 시작하는 여지를 남기며 끝맺습니다.

전체적으로 엽문1의 줄거리는 개인의 명예와 가족, 그리고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한 무술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단순히 액션 장면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전쟁이라는 비극 속에서 무술이 가진 정신적 가치와, 한 사람이 지닌 강인한 의지가 어떻게 주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지를 깊이 담아낸 작품입니다.

 

2. 평가

엽문1은 2008년 개봉 당시부터 무술 영화 팬과 일반 관객 모두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특히 단순한 무협 액션이 아니라, 실존 인물 엽문의 철학과 전쟁 속 인간성을 깊이 그려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습니다. 많은 평론가들은 이 작품을 “무술 영화의 품격을 한 단계 끌어올린 작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가장 먼저 주목받은 부분은 액션 연출의 완성도입니다. 이 영화의 무술 감독은 홍콩 액션계의 전설 ‘홍금보’로, 그는 윙춘권 특유의 직선적이고 효율적인 동작을 화면에 맞춰 정확하게 재현했습니다. 특히 실전적인 손기술, 근거리 타격, 빠른 연속 공격 등은 기존 홍콩 무협 영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리얼리티를 구현했습니다. 덕분에 관객들은 단순한 과장 액션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무술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생동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주연 배우 견자단(돈니 옌)의 연기와 변신도 극찬을 받았습니다. 견자단은 기존에 화려하고 강한 액션 스타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지만, 엽문1에서는 절제되고 차분한 연기로 무술가의 품격을 보여줍니다. 그는 싸움에서의 폭발력뿐만 아니라, 평소에는 이웃과 가족을 아끼는 부드러운 모습까지 자연스럽게 표현했습니다. 이러한 연기 변주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었고, 무술 장면이 단순한 힘겨루기가 아니라 철학의 표현이라는 것을 관객이 느끼게 했습니다.

스토리 구성과 분위기 또한 호평을 받았습니다. 영화는 초반의 평화롭고 여유 있는 포산 무술계의 분위기에서, 일본군 점령 이후의 참혹하고 암울한 분위기로 극명하게 전환됩니다. 이 대비가 뚜렷할수록, 엽문이 다시 무술을 잡는 순간의 무게감과 감동이 커집니다. 관객들은 그가 단순히 ‘강해서 싸우는 사람’이 아니라, ‘지켜야 할 가치가 있어서 싸우는 사람’이라는 점을 이해하게 됩니다.

비평가들은 특히 전쟁과 무술을 연결하는 방식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단순히 무술 실력을 뽐내는 영화였다면 감정적인 깊이가 부족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엽문1은 일본군의 잔혹함과 중국인들의 굴욕, 그리고 그 속에서 인간의 존엄을 지키려는 무술가의 신념을 보여줌으로써, 액션 장면 하나하나가 이야기와 유기적으로 연결됩니다. 이 덕분에 액션 장면이 많아도 결코 지루하거나 과잉으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모든 평가가 완벽하게 긍정적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일부 평론가는 영화가 일본군을 지나치게 단순한 악역으로 묘사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역사적 상황과 비교했을 때, 인물의 복합성이 부족하고 선악 구도가 너무 명확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단순화는 오히려 주제 의식을 강화하는 효과를 냈고, 관객에게는 감정 몰입을 더 쉽게 해주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엽문1은 홍콩 무술 영화의 전성기 이후 다소 침체됐던 장르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무협 영화는 국제적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이 영화는 전 세계 무술 팬뿐만 아니라 일반 관객에게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견자단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후 견자단은 ‘엽문 시리즈’뿐 아니라 다양한 액션 영화의 주연으로 활약하게 되었고, 윙춘권 자체도 대중적으로 재조명되었습니다.

종합적으로, 엽문1은 단순한 무술 영화가 아니라 역사·철학·인물 드라마를 모두 담아낸 작품으로 평가됩니다. 특히 무술의 기술적 완성도와 주제의식의 결합, 그리고 주연 배우의 안정된 연기는 이 작품을 동시대 최고의 무술 영화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했습니다.

 

3. 흥행

엽문1은 2008년 12월 홍콩과 중국 본토에서 먼저 개봉했으며, 개봉 직후부터 무술 영화 팬뿐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강한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당시 무술 영화는 장르 자체의 인기가 예전보다 많이 줄어든 상태였지만, 엽문1은 ‘정통 무술 영화의 부활’이라는 평과 함께 흥행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홍콩에서 엽문1은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총 흥행 수익은 약 2,500만 홍콩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동시기 개봉한 외화와 대작들 사이에서도 상당히 높은 성적이었습니다. 중국 본토에서도 흥행세가 이어졌습니다. 무술의 본고장에서 실제 역사적 인물을 다룬 작품이라는 점이 중국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전쟁 속에서 민족 자존심을 지키는 주제는 특히 중장년층 관객들에게 강하게 어필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중국 본토에서 수억 위안의 흥행 수익을 거두며 상업적으로도 안정적인 성과를 올렸습니다.

해외 시장에서도 반응이 좋았습니다. 특히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견자단과 홍콩 무술 영화에 대한 향수가 여전히 강했기 때문에, 말레이시아·싱가포르·태국 등에서 장기간 상영되었습니다. 유럽과 북미에서는 대규모 상영보다는 예술영화관이나 액션 전문 영화제를 중심으로 상영되었지만, 무술 팬들 사이에서는 곧바로 ‘올해의 액션 영화’로 회자되었습니다. 이후 DVD, 블루레이, 스트리밍 서비스 등을 통해 해외에서의 인지도는 계속 확산되었고, 많은 외국 관객들이 엽문1을 통해 처음 윙춘권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흥행 성공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었습니다. 첫째, 현실적인 액션의 신선함입니다. 당시 할리우드식 과장된 와이어 액션이나 CG 중심의 액션이 많았는데, 엽문1은 기술적으로 화려하면서도 실제로 가능한 무술 동작을 중심에 두어 신뢰감을 줬습니다. 둘째, 역사와 드라마의 결합입니다. 단순히 싸움 장면만 나열한 영화가 아니라, 전쟁이라는 비극적 배경 속에서 한 무술가의 신념과 인간성을 그려내면서 관객층을 넓혔습니다. 셋째, 견자단이라는 배우의 재발견입니다. 이 작품을 기점으로 그는 ‘홍콩 액션의 마지막 제왕’이라는 별칭을 얻었고, 이후 시리즈의 흥행을 이끄는 절대적인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엽문1의 흥행이 단순히 영화 한 편의 성공에 그치지 않고 후속작 제작과 윙춘권 붐으로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영화 개봉 이후 홍콩과 중국 본토에서는 윙춘권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났고, 각종 무술 학원과 동영상 강의에서 윙춘권 관련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파급력은 후속작 엽문2와 엽문3, 그리고 외전 격 작품들의 제작으로 직결되었고, 결과적으로 ‘엽문 시리즈’라는 프랜차이즈가 탄생하게 됩니다.

또한 이 영화는 할리우드에서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당시 북미 액션 영화계에서는 리얼 무술 액션을 구현할 수 있는 배우가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엽문1의 스타일은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이후 ‘로크 원: 스타워즈 스토리(2016)’에서 견자단이 출연하게 된 배경에도 엽문1의 글로벌 흥행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엽문1은 당시 장르의 한계를 넘어선 상업적·문화적 성과를 동시에 거둔 작품이었습니다. 단발적인 성공이 아니라, 무술 영화의 명맥을 다시 이어가게 만든 기폭제였다는 점에서 흥행의 의미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4. 메시지

엽문1은 단순히 무술가의 화려한 싸움과 기술을 보여주는 액션 영화가 아닙니다. 이 작품이 주는 핵심적인 메시지는 **‘무술의 본질은 싸움이 아니라, 사람을 지키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영화 전반에 걸쳐 엽문은 강한 상대를 쓰러뜨릴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음에도, 결코 그 힘을 과시하거나 불필요하게 사용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는 싸움을 피하려 하고, 무력을 사용하는 순간에는 반드시 이유와 명분이 있습니다. 이것은 무술이 단순한 폭력 수단이 아니라, 자신과 타인의 존엄을 지키는 도구라는 철학을 드러냅니다.

또한 영화는 겸손과 절제의 가치를 강조합니다. 엽문은 포산에서 최고의 무술가로 알려져 있지만, 스스로를 내세우거나 명성을 좇지 않습니다. 다른 무술가들이 도전장을 내밀어도 그는 이기더라도 상대를 모욕하지 않고, 기술을 보여주는 동시에 존중을 잃지 않습니다. 이는 진정한 강자가 가져야 할 태도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힘을 가졌다고 해서 그것을 남용하지 않는 절제심이야말로 영화가 전달하는 중요한 가치입니다.

영화가 그리는 전쟁 시기의 모습은 정의와 불의의 대비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일본군 점령 하의 포산에서 사람들은 굶주리고, 무술가들은 생존을 위해 치욕적인 시합에 나서야 했습니다. 그러나 엽문은 굶주림과 궁핍 속에서도 쉽게 굴복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일본군 장교 미우라와의 대결을 수락한 것은 단순히 개인의 명예를 위한 것이 아니라, 중국 무술과 중국인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함이었습니다. 이는 ‘개인의 승리’가 아니라 ‘공동체를 위한 싸움’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메시지는 진정한 강함은 기술이 아니라 정신에서 나온다는 점입니다. 엽문은 체격이나 무기에서 불리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과 확고한 신념으로 싸웁니다. 미우라와의 결투에서 그는 상대를 완전히 제압할 수 있었음에도 불필요한 살상은 하지 않습니다. 이는 무술의 목적이 파괴가 아니라, 절제와 통제에 있음을 상징합니다.

영화 속 엽문의 가정생활도 중요한 함의를 줍니다. 전쟁 전 평화로운 시절, 그는 가족과 함께 단란하게 지내며 무술을 수련했습니다. 전쟁 이후에도 그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일을 하고, 위험 속에서도 가족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영화는 가족과 사랑이라는 일상의 가치가 전쟁 속에서도 변하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마지막으로, 엽문1은 문화와 정체성의 보존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일본군의 무술과 무기 앞에서 중국 무술이 단순한 구식 전통으로 폄하될 수 있었지만, 엽문은 이를 실력으로 반박하며 문화적 자존심을 지켰습니다. 이는 단지 무술의 승리가 아니라, 민족과 문화의 정신적 승리를 의미합니다. 특히 전쟁과 압박 속에서도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를 잊지 않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합니다.

결국 엽문1의 메시지는 “강한 자는 남을 지배하는 사람이 아니라, 남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가치는 시대와 장소를 초월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단순히 무술 팬이나 액션 영화 팬만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는 작품입니다.

 

5. 감정·관계 변화

엽문1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는 전쟁 전과 전쟁 후, 그리고 일본군과의 대결을 거치면서 엽문과 주변 인물들의 감정과 관계가 어떻게 변해가는지입니다. 영화는 단순히 무술 시합과 액션 장면만 나열하지 않고, 각 인물의 심리와 관계 변화를 세밀하게 묘사합니다.

1) 평화로운 시절의 안정된 관계

영화 초반, 전쟁이 시작되기 전 포산은 무술의 중심지로 평화로운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엽문은 무술계에서 이미 실력자로 알려져 있지만, 부유한 집안에서 검소하고 차분하게 살아갑니다. 이 시기 그의 가장 중요한 관계는 가족입니다. 아내 장영성과의 관계는 깊은 애정과 존중 위에 세워져 있고, 어린 아들을 지극히 아낍니다. 친구들과도 돈독한 우정을 유지하며, 다른 무술가들과의 관계에서도 경쟁보다는 존중이 우선입니다.

이 시기의 엽문은 싸움을 즐기기보다, 도전이 들어오면 그것을 정중히 받아들이고 승부 후에는 상대의 체면을 세워주는 태도를 보입니다. 이는 그가 타인을 대하는 방식과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게 만든 중요한 요인입니다.

2) 전쟁 발발 후의 긴장과 거리감

1937년 중일전쟁이 발발하고 일본군이 포산을 점령하면서, 모든 관계에 균열이 생깁니다. 부유했던 엽문 가문은 하루아침에 재산을 잃고, 친구와 이웃들도 생계를 위해 힘겹게 살아갑니다. 이 과정에서 엽문은 이전과 달리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기보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생존에 집중합니다.

가까운 친구였던 무술가들도 먹고 살기 위해 일본군이 주최하는 시합에 참여하게 되는데, 이는 엽문에게 심리적으로 복잡한 감정을 안깁니다. 친구들이 모욕적인 조건을 받아들이는 것을 보며 안타까움과 분노를 느끼지만, 그들의 처지를 이해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때 엽문과 주변 사람들 사이에는 미묘한 거리감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3) 일본군과의 대결에서 비롯된 변화

엽문이 일본군의 시합에 나서게 되면서 관계 변화는 새로운 국면을 맞습니다. 그는 처음에는 경기 참가를 꺼렸지만, 굶주린 무술가들이 시합에서 패배하고도 쌀 한 톨 받지 못하거나 모욕당하는 모습을 보고 결심을 바꿉니다. 이후 경기장에서 한 명이서 여러 명의 일본 무도를 쓰러뜨리는 장면은 단순한 승리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강한 정신적 자극과 희망을 줍니다.

이 과정에서 엽문과 일본군 장교 미우라의 관계도 흥미롭게 변합니다. 미우라는 엽문의 실력과 태도를 존중하며, 개인 대결을 제안합니다. 이 관계는 단순한 적대 관계를 넘어, 서로를 무술가로서 인정하는 미묘한 존경심이 오갑니다. 하지만 일본군 내부의 사토 같은 폭력적 장교는 이 모든 것을 파괴하며, 엽문과 일본군 전체의 관계는 다시 철저한 적대 상태로 돌아갑니다.

4) 가족과의 유대 강화

전쟁 속에서도 엽문과 가족의 관계는 더욱 깊어집니다. 그는 목숨을 걸고 싸우면서도 항상 아내와 아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부상당한 채로 숨어 지낼 때조차 가족을 지키기 위해 위험을 감수합니다. 이는 그의 모든 행동의 원동력이 ‘가족’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전쟁 전보다 물질적으로는 훨씬 어려워졌지만, 가족 간의 정서적 유대는 오히려 더 단단해집니다.

5) 공동체와의 재결합

영화 말미, 엽문은 더 이상 혼자 싸우는 무술가가 아닙니다. 그는 일본군에 맞서 싸운 상징적인 인물로, 포산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존재가 됩니다. 전쟁 전에는 비교적 조용히 자신의 무술 세계에 머물렀다면, 전쟁 후에는 공동체 전체와 연결된 지도자적 인물로 변화합니다. 이는 개인의 성장뿐 아니라, 그가 속한 사회와의 관계가 완전히 바뀌었음을 보여줍니다.

 

6. 실화와의 차이점

엽문1은 실존 인물인 엽문(葉問, Ip Man)의 젊은 시절과 중년기의 일부를 바탕으로 하지만, 극적인 연출과 감정 몰입을 위해 많은 부분이 각색되었습니다. 영화 속 이야기와 실제 역사적 사실을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은 차이점이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1) 일본군과의 결투 설정

영화의 핵심 장면 중 하나는 엽문이 일본군 장교 미우라와 결투를 벌이는 장면입니다. 현실에서 엽문이 일본군 고위 장교와 공식적으로 맞붙었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실제로 그는 전쟁 당시 포산에 거주했지만, 일본군과의 관계는 영화처럼 극적인 일대일 결투로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이 설정은 중국 무술가의 자존심과 민족적 저항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만든 극적 장치입니다.

2) 일본군 주최 무술 시합의 과장

영화 속에서는 일본군이 쌀을 보상으로 내걸고 중국 무술가들을 시합에 불러들이는 장면이 나옵니다. 패자는 모욕당하고, 승자는 약간의 식량을 받는 구조입니다. 실제 역사에서 일본군이 이런 방식의 ‘공개 무술 시합’을 열었다는 기록은 없으며, 이는 극적 긴장감과 주인공의 행동 동기를 강화하기 위한 창작 요소입니다.

3) 엽문의 경제적 몰락 속도

영화에서는 전쟁 발발 직후 엽문 가문이 하루아침에 재산을 잃고 곤궁해지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실제로 엽문은 비교적 부유한 집안 출신이었고, 전쟁 전후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기는 했지만, 영화처럼 극단적인 하루아침 몰락은 아니었습니다. 제작진은 주인공의 고난을 극대화해 관객이 더 강한 몰입과 감정 이입을 할 수 있도록 설정을 조정했습니다.

4) 포산 무술계의 묘사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다양한 무술가들의 도전과 엽문과의 친분, 그리고 ‘포산은 무술의 도시’라는 설정은 사실에 근거하고 있지만, 등장하는 인물들은 상당수가 가상의 캐릭터입니다. 실제 포산 무술계에는 여러 유파와 고수들이 존재했지만, 영화 속 인물들은 각 무술의 특징을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합성·재구성한 경우가 많습니다.

5) 미우라 장교 캐릭터

영화 속 미우라는 일본군 장교이자 유도 고단자로, 엽문의 무술 실력을 높이 평가하고 존경심까지 보입니다. 실제 역사에서 엽문이 이런 인물과 교류했다는 기록은 없으며, 이 캐릭터는 ‘존중할 만한 적’이라는 드라마적 긴장을 만들어내기 위해 창조된 인물입니다. 덕분에 영화는 단순한 선악 구도에서 벗어나 무술가로서의 교감과 철학적 대립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6) 전쟁 속 개인의 선택과 행동

실제 엽문은 일본군 점령기 동안 무술 수련과 교육을 이어갔지만, 영화처럼 공개적으로 일본군에 맞서거나 대규모 대결을 벌였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영화 속에서 그가 목숨을 걸고 싸우는 모습은 실화라기보다, ‘무술가라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라는 이상적인 서사를 구현한 것입니다.

7) 결말의 차이

영화의 결말에서 엽문은 총상을 입고 탈출해 숨어 지내는 장면이 나옵니다. 현실에서 그는 전쟁이 끝난 후 포산에 남아 있다가, 1949년 공산당 집권 이후 홍콩으로 건너가 무술을 가르쳤습니다. 영화는 시리즈 후속편을 위한 여지를 남기기 위해 역사적 사실과 시점을 변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