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 신의 아들인가, 인간의 영웅인가
《맨 오브 스틸》은 슈퍼맨이라는 존재의 기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영화로, 잭 스나이더 감독과 한스 짐머의 음악, 그리고 헨리 카빌의 새로운 슈퍼맨 캐릭터 해석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영화는 멸망 직전의 외계 행성 크립톤에서 시작되며, 과학자 조-엘은 자신의 아들 칼-엘을 생존시키기 위해 지구로 보낸다. 크립톤 내부의 부패와 환경 파괴, 그리고 조드 장군의 반란으로 인해 더 이상 존속할 수 없는 상황에서, 조-엘은 인류에게 희망을 전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아들을 보낸 것이다.
지구에 도착한 칼-엘은 캔자스의 시골 부부 조너선과 마사 켄트에게 입양되어 '클라크 켄트'로 성장한다. 그는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을 어린 시절부터 깨닫고, 자신의 정체성과 능력 사이에서 깊은 고민을 거듭한다. 아버지 조너선은 클라크에게 인간 세상에서의 책임과 선택의 중요성을 가르치며, 그를 도덕적으로 성숙한 인물로 키운다. 클라크는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찾기 위해 떠돌다가, 북극의 고대 크립톤 우주선을 발견하고 그곳에서 친부 조-엘의 인공지능과 만나며 자신의 기원과 사명을 깨닫는다.
그러나 그 시점에 조드 장군이 지구에 도착한다. 조드는 크립톤 종족의 유전자를 담은 '코덱스'를 회수하고, 지구를 새로운 크립톤으로 만들기 위해 테라포밍을 시작하려 한다. 그는 칼-엘에게 협조를 요구하지만, 클라크는 지구를 자신의 고향으로 여긴다. 클라크는 마침내 '슈퍼맨'이라는 이름으로 인류 앞에 모습을 드러내며, 조드와 그의 군대에 맞선다. 이 과정에서 인간과 외계인의 경계를 넘어선 존재로서, 그가 어떤 선택을 내리는지가 이야기의 중심축이 된다.
이 영화는 단순한 히어로물의 구조를 넘어서서, 힘을 가진 자의 책임과 인간성과 도덕 사이의 갈등을 심도 있게 다룬다. 클라크는 절대적인 힘을 가졌지만,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고민과 슬픔을 겪는다. 《맨 오브 스틸》은 초인의 탄생을 그리는 동시에, 현대 사회에서 '영웅'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그의 내면은 신화적인 존재가 아닌,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인간적인 딜레마로 가득 차 있다. 또한 클라크의 성장기는 인간으로서의 정체성 확립뿐 아니라 외계 종족으로서의 유산과 책임 사이의 충돌을 묘사하며, 관객에게 보다 복합적인 감정 이입을 유도한다. 그의 갈등은 단순히 선과 악의 싸움이 아니라, 존재의 본질을 규정짓는 선택의 문제로 이어진다.
2. 평가 및 평점 – 상반된 평가 속 새로운 해석의 시도
《맨 오브 스틸》은 2013년 개봉 당시 슈퍼맨의 리부트라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았고, 실제로 기술적 완성도와 비주얼 면에서는 호평을 받았다. 특히 한스 짐머의 음악은 기존의 존 윌리엄스 테마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며, 비극성과 장엄함을 강조했다. 또한 슈퍼맨이 단순한 정의의 사도가 아닌, 인간적인 고뇌를 지닌 존재로 묘사된 점은 많은 관객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러한 연출은 기존 슈퍼히어로 영화의 클리셰에서 벗어나, 보다 서사 중심적이고 묵직한 접근을 시도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항상 긍정적인 반응만을 이끌어낸 것은 아니었다. 일부 비평가들은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지나치게 어둡고 진지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후반부의 전투 장면은 도시 전체를 파괴하는 수준으로 연출되었고, 이로 인해 슈퍼맨이 과연 인류를 보호하는 존재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영화가 강조하고자 했던 내면의 갈등과 선택의 무게가 시각적 과잉에 의해 묻혔다는 비판도 있었다. 이러한 점에서 《맨 오브 스틸》은 명확한 호불호를 가진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로튼토마토에서는 비평가 평점 56%, 관객 평점은 75%로 비교적 관객 반응이 더 긍정적이었다. IMDb에서는 7.1점, 메타크리틱에서는 55점을 기록하며 중간 수준의 평가를 받았다. 이는 슈퍼히어로 영화로서의 기본적인 완성도는 충족했지만, 캐릭터성과 연출 방식에서 대중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에는 일부 한계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반면, 이후 등장한 DC 확장 유니버스(DCEU)의 토대를 마련한 작품으로, 스나이더의 연출 철학과 슈퍼히어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은 이후 팬덤 문화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흥미로운 점은 시간이 지나면서 《맨 오브 스틸》에 대한 재평가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스나이더 컷 운동과 더불어 이 영화의 서사적 깊이와 상징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클라크 켄트의 고뇌와 선택이 시대의 가치와도 맞닿아 있다는 의견도 늘어났다. 비록 상업적으로는 다소 미흡했을지 몰라도, 그 안에 담긴 철학적 메시지와 비주얼적 시도는 장르적 전환점으로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슈퍼히어로의 전형성을 뛰어넘는 접근은 오늘날 다양한 방식으로 그 영향력을 입증하고 있다. 클라크의 정체성 탐구는 단순한 오락을 넘어, 현대인의 존재적 불안을 반영하는 거울로 작용하기도 한다.
3. 전세계 흥행과 국내 흥행 – 큰 성공이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 성적
《맨 오브 스틸》은 개봉 첫 주에만 전 세계적으로 1억 2천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두며,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최종적으로 전 세계 누적 수익은 약 6억 6천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제작비 약 2억 2천만 달러를 감안할 때 상업적으로는 성공적인 결과였다. 북미 지역에서는 약 2억 9천만 달러, 해외 시장에서는 3억 7천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으며, 이는 당시 기준으로 슈퍼맨 단독 영화 중 가장 높은 성적이었다. 특히 브라질, 영국, 호주, 멕시코 등 주요 시장에서도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며 글로벌 IP로서의 파워를 입증했다.
그러나 워너브라더스 측이 기대했던 수준, 즉 '다크 나이트' 시리즈와 같은 폭발적인 반응과 장기 흥행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이는 영화 자체의 무거운 분위기와 철학적인 주제 의식이 일반 관객들에게는 다소 어렵게 다가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가 보다 유쾌하고 밝은 분위기의 영화를 통해 대중성과 스토리텔링의 균형을 맞춘 것과 대비되며, DC의 진지한 노선은 호불호를 갈랐다. 이는 단순한 엔터테인먼트가 아닌 예술적 시도를 담으려 했던 시도로서, 상업적 성공보다 장기적인 문화적 영향을 더 의식한 접근이었다는 평도 있다.
한국에서는 2013년 6월 13일 개봉하여 첫 주에만 약 9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최종적으로 약 215만 명이 관람했다. 이는 같은 해 개봉한 슈퍼히어로 영화 중에서도 상당히 높은 성적이며, 당시 기준으로 슈퍼맨 영화 중 최고 흥행 기록이었다. 특히 CG 효과와 IMAX 상영의 몰입감, 한스 짐머의 압도적인 음악은 국내 관객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비록 관객층이 가족 단위보다는 슈퍼히어로 마니아층에 집중된 경향이 있었지만, 이후 DC 팬덤 확장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
흥행 외에도 이 영화는 DC 확장 유니버스(DCEU)의 시작점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이후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 리그'로 이어지는 세계관의 토대를 마련한 작품으로서, 상업적 성과 이상으로 전략적 가치가 컸다. 또한 잭 스나이더 감독의 연출 스타일이 고스란히 반영된 작품으로서, 그가 추구하는 '신화적인 영웅 서사'의 서막을 열었다는 점에서 비평적, 문화적 의의도 크다. 결과적으로 《맨 오브 스틸》은 단순한 흥행 성적을 넘어서, 현대 슈퍼히어로 영화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오늘날 《맨 오브 스틸》은 단지 슈퍼맨의 오리진 스토리를 넘어서, 영웅이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어떤 존재를 영웅으로 받아들이는지, 그 영웅은 과연 완벽해야 하는지에 대한 화두를 던지며, 현대 대중문화 속에서 '초인'의 역할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을 이끌어낸다. 이는 단지 슈퍼맨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영웅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한 하나의 대답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