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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리뷰(줄거리, 평가, 흥행, 메시지, 관계의 변화, 실화와의 차이점)

by issueinfot 2025. 8. 8.

1. 줄거리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조선시대 광해군 8년을 배경으로, 권력 다툼과 음모가 가득한 궁중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사건을 그린다. 이야기의 시작은 광해군이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정치적 상황 속에서 점점 불안에 사로잡히는 장면으로 열린다. 그는 매 끼니마다 은수저로 독을 검사하고, 주변 사람들을 철저히 불신한다. 조금이라도 수상한 낌새가 보이면 신하든 궁녀든 가차 없이 처벌한다. 이러한 광해군의 불안과 예민함은 점점 폭군으로 비춰지고, 궁 안은 살얼음판처럼 변한다.

광해군은 도승지 허균을 불러, 혹시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대신 나라를 다스릴 수 있는 ‘대역’을 찾으라는 명을 내린다. 허균은 기방에서 공연을 하며 사람들을 웃기는 광대 하선을 발견한다. 하선은 놀랍게도 광해군과 외모뿐만 아니라 말투, 행동까지 거의 똑같았다. 허균은 하선을 궁으로 데려와 왕의 말투와 예법을 익히게 하고, 혹시 모를 위기 상황에 대비해 몰래 훈련을 시킨다.

어느 날, 광해군이 원인 모를 병에 걸려 쓰러진다. 왕이 자리를 비운 사이 권력의 공백은 위험을 부르고, 허균은 미리 준비시킨 하선을 왕의 자리에 앉힌다. 하선은 처음에는 그저 하루나 이틀 정도 왕 행세를 하는 가벼운 일로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자리에 앉아보니 매 순간이 긴장과 위기의 연속이었다. 왕실과 조정의 복잡한 정치, 신하들의 눈치, 그리고 백성들의 삶이 전부 그의 결정에 달려 있었다.

처음에는 실수를 거듭하던 하선이었지만, 그의 솔직하고 인간적인 태도는 점차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굶주린 궁녀들에게 자신의 수라상을 나누어주고, 부당한 형벌을 받은 백성을 풀어주는 등 그가 내리는 결정은 기존 광해군과는 전혀 달랐다. 사람들은 이 ‘변화된 왕’에게 놀라움을 느끼고, 일부는 진심으로 존경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궁 안팎에서는 점점 하선의 존재를 의심하는 세력이 나타난다. 왕의 권력을 노리는 자들은 그의 행동이 예전과 다르다는 점에 주목하고, 그를 몰아내려는 음모를 꾸민다. 동시에 하선은 진짜 광해군이 병에서 회복되면 자신이 원래의 자리, 즉 평민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하선은 권력의 유혹과 자신의 본래 삶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결국 진짜 광해군이 궁으로 돌아오고, 하선은 그의 자리를 조용히 내놓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하선은 단순히 왕의 대역을 연기한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백성과 나라를 생각하는 지도자로 변모했다. 그의 선택과 행동은 광해군에게도 영향을 주어, 그 역시 권력의 의미와 왕으로서의 책임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하선은 권력을 버리고 떠나지만, 그의 진심과 인간다움은 궁에 깊은 흔적을 남긴다.

 

2. 평가

《광해, 왕이 된 남자》는 2012년 개봉 당시 비평과 흥행에서 모두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이었다. 역사 사극 장르가 자칫 무겁고 진입 장벽이 높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잡았다. 가장 큰 이유는 완성도 높은 연출, 탄탄한 각본, 그리고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였다.

먼저 이병헌의 1인 2역 연기는 단연 돋보였다. 그는 권력과 불신에 사로잡힌 냉혹한 광해군과, 순수하고 인간적인 광대 하선을 완벽하게 구분해 연기했다. 같은 얼굴이지만 표정, 시선, 말투, 걸음걸이까지 전혀 다른 인물로 느껴질 만큼 세밀한 디테일이 살아 있었다. 특히 하선이 처음 왕의 자리에 앉아 두려움과 긴장으로 가득 찬 표정을 짓는 장면과, 시간이 지나며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장면의 대비는 인물 성장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보여주었다.

류승룡이 연기한 도승지 허균 역시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처음에는 냉정하고 계산적인 정치인처럼 보이지만, 하선을 통해 점점 마음을 열고 변화하는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한효주는 중전 역을 맡아 절제된 감정과 기품 있는 연기로 작품의 무게 중심을 잡았다. 하선과 중전의 미묘한 감정선은 영화의 서정적인 부분을 만들어주며, 전쟁터 같은 정치판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적인 온기를 전했다.

연출 면에서 추창민 감독은 궁중 정치라는 복잡한 배경을 관객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냈다. 무거운 정치 대립과 음모 속에서도 가벼운 유머와 따뜻한 장면을 적절히 배치해 영화가 지나치게 무겁게 흐르지 않도록 했다. 특히 하선이 왕의 자리에서 보여주는 소탈한 행동과 백성을 향한 배려는 관객들이 쉽게 공감하고 감정 이입할 수 있는 장치가 되었다.

시각적인 완성도도 높았다. 화려하면서도 절제된 궁중 의상, 세밀하게 재현된 조선시대 궁궐 세트, 그리고 촬영의 안정감이 돋보였다. 카메라는 인물의 표정을 클로즈업해 감정을 세밀하게 전달하고, 궁중의 넓고 장엄한 공간을 와이드샷으로 담아 권력의 무게를 시각적으로 보여줬다. 음악 역시 영화의 감정선을 따라 흐르며 몰입도를 높였다. 특히 하선이 중전과 함께하는 장면에서는 잔잔하고 서정적인 선율이, 음모와 위협이 드리울 때는 묵직하고 긴장감 있는 사운드가 어우러졌다.

평론가들은 《광해, 왕이 된 남자》가 단순한 역사극을 넘어선 ‘인간 드라마’라는 점에 주목했다. 권력, 책임, 정의와 같은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인간적인 유머와 감동을 놓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하선이라는 캐릭터가 지닌 순수함과 따뜻함 덕분이었다. 실제 역사에서 광해군은 호불호가 갈리는 인물이지만, 영화는 이 인물에게 ‘만약 이런 인간적인 면모가 있었다면’이라는 가정과 상상을 더해 보다 매력적인 주인공으로 재탄생시켰다.

해외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아시아권 관객들은 한국 사극 특유의 미장센과 감정선에 주목했고, 서구권 평론가들은 1인 2역 연기와 권력에 대한 보편적 메시지에 호평을 보냈다. ‘왕의 자리에 선 평민’이라는 설정은 문화권을 초월해 흥미를 끄는 소재였고, 권력의 본질과 지도자의 자질에 대한 질문은 어느 사회에서든 공감할 수 있는 주제였다.

종합적으로 《광해, 왕이 된 남자》는 뛰어난 연기와 세련된 연출, 그리고 역사와 상상을 절묘하게 버무린 각본 덕분에, 상업성과 예술성을 모두 인정받은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 영화는 단순히 과거의 사건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도자의 자격과 권력의 본질’이라는 timeless한 질문을 던지며, 관객의 마음에 오래 남는 사극으로 자리매김했다.

 

3. 흥행

《광해, 왕이 된 남자》는 2012년 9월 13일 개봉과 동시에 폭발적인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개봉 전부터 이병헌의 첫 사극 도전, 그리고 1인 2역 연기라는 화제성 덕분에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실제로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반응이 쏟아졌다.

첫 주말부터 예매율 1위를 기록하며 전국 극장가를 장악했고, 개봉 8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후 관객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개봉 15일 만에 500만,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900만을 넘어섰다. 최종적으로는 약 1,230만 명이라는 압도적인 관객 수를 기록하며, 당시 역대 한국 영화 흥행 순위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사극 장르로서는 이례적인 기록이었고, 한국 영화 역사에서 사극의 흥행 가능성을 다시 쓰는 순간이었다.

흥행 성공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첫째, 배우 캐스팅과 연기의 힘이다. 이미 개봉 전부터 이병헌의 1인 2역 소식은 영화 팬들과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리고 영화가 개봉되자, 관객들은 광해군과 하선을 완벽히 구분해 연기한 그의 디테일과 몰입감에 찬사를 보냈다. 류승룡, 한효주, 김인권 등 조연진들의 안정된 연기도 영화를 뒷받침하며 입소문을 강하게 만들었다.

둘째, 스토리의 대중성이다.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무겁고 난해한 정치사 대신 ‘평민이 왕의 자리에 오르면?’이라는 흥미로운 가정이 중심에 자리했다. 권력의 무게와 책임, 그리고 인간적인 유머와 감동이 어우러진 이야기는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특히 하선이 보여주는 따뜻한 리더십과 소탈한 성격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셋째, 개봉 시기의 전략적 선택이다. 9월 중순 개봉은 여름 블록버스터 시즌이 끝나고, 가을 시즌 대작들이 본격적으로 경쟁하기 전의 시점이었다. 덕분에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장기간 스크린을 확보하며 꾸준히 관객을 모을 수 있었다. 또한 추석 연휴와 맞물리면서 가족 단위 관객층이 대거 유입되었고, 사극 특유의 품격 있는 분위기와 유머가 명절 관객층에게 적중했다.

흥행의 또 다른 특징은 ‘롱런’이었다. 보통 대작 영화들은 개봉 초기 30대 관객은 배우와 스토리에 매력을 느꼈고, 40~50대 이상 관객은 사극의 완성도와 품격에 만족했다. 심지어 사극에 관심이 없던 10대 관객들도 가족과 함께 관람하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해외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일본, 대만, 홍콩 등 아시아권에서 개봉하여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특히 일본에서는 이병헌의 인지도 덕분에 팬층이 대거 몰렸다. 미국과 유럽 일부 지역에서도 제한 상영을 통해 소개되었는데, 서구권 평론가들은 ‘한국판 페이스 오프’ 같은 설정과 동양 사극 특유의 아름다운 미장센에 주목했다.

결과적으로 《광해, 왕이 된 남자》의 흥행은 한국 영화 시장에서 사극 장르의 새로운 가능성을 증명했다. 이전까지 사극은 대규모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흥행이 보장되지 않는 장르로 여겨졌지만, 이 작품은 ‘대중 친화적인 각색’과 ‘배우 중심의 강력한 연기’가 결합하면 사극도 천만 관객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또한, 흥행 이후 역사 속 광해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관련 서적과 다큐멘터리가 재조명되며 문화적 파급력도 상당했다.

흥행 성적만 보면 단순한 상업적 성공 같지만,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잡은 드문 사례로 기록되었다. 이는 단발성 인기 영화가 아니라, 이후에도 명절이나 특집 방송에서 꾸준히 재편성되고, 여러 세대의 관객이 다시 찾는 ‘한국형 명작 사극’으로 자리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

 

4. 메시지

《광해, 왕이 된 남자》는 단순히 궁중 암투를 다룬 사극이 아니라, 권력과 리더십, 그리고 인간다움에 대한 깊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영화가 던지는 핵심 주제는 **“권력의 본질과 지도자의 자격”**이다.

하선은 처음 왕의 자리에 앉았을 때, 그 자리가 지닌 무게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단지 자신에게 맡겨진 역할을 연기한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는 왕의 결정 하나하나가 수많은 사람의 삶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영화는 이를 통해 권력의 진정한 의미가 ‘자기 자신을 위해 쓰는 힘’이 아니라 ‘타인을 위해 쓰는 힘’임을 강조한다.

또한 영화는 인간적인 리더십의 가치를 보여준다. 하선은 기존 광해군처럼 두려움과 불신으로 권력을 유지하지 않았다. 오히려 솔직한 대화, 백성에 대한 배려, 작은 친절을 통해 사람들의 신뢰를 얻었다. 이는 리더십이란 강압이 아니라 공감과 소통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하선이 굶주린 궁녀들에게 자신의 음식을 나눠주는 장면, 부당하게 벌을 받은 백성을 풀어주는 장면은 단순한 선행이 아니라 ‘왕이 백성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라는 모범 사례를 제시한다.

영화는 또 하나의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지도자의 자리는 타고나는 것인가, 만들어지는 것인가?” 하선은 출신이 평민인 광대였다. 권력의 세계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지만, 그의 진심과 정의감, 그리고 배움의 의지가 그를 점점 더 훌륭한 지도자로 성장시켰다. 이는 지도자의 자격이 혈통이나 출신이 아니라,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려 있음을 강조한다.

이 작품은 권력의 양면성에 대해서도 깊이 다룬다. 왕의 자리에는 사람을 바꿔놓는 힘이 있다. 그 힘은 선하게 쓰일 수도 있지만, 불신과 욕심에 의해 악용될 수도 있다. 실제 광해군은 정치적 불안 속에서 점점 의심과 공포에 사로잡혔지만, 하선은 같은 자리를 사용해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만들었다. 이 대비는 권력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쥔 사람의 선택이 본질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또한 영화는 진정한 용기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하선은 권력의 달콤함을 느끼면서도, 결국 그 자리를 내려놓는다. 그는 권력을 유지하려는 유혹을 뿌리치고, 자신의 본래 위치로 돌아가기로 결정한다. 이 선택은 단순히 두려움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책임과 위험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권력을 내려놓는 용기야말로 진정한 강함이라는 것을 영화는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영화는 진심이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남긴다. 하선의 진심은 허균을 변화시켰고, 중전의 마음을 열었으며, 심지어 진짜 광해군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이는 한 사람의 행동과 태도가 주변 사람들의 생각과 선택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도자의 변화는 곧 공동체의 변화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강하게 전달한다.

결국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왕과 광대라는 상반된 인물의 자리를 뒤바꿔, 관객으로 하여금 “나는 어떤 지도자가 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 답은 화려한 권력이나 무력의 과시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이해와 책임, 그리고 진심에서 나온다는 것을 보여준다.

 

5. 감정·관계 변화

《광해, 왕이 된 남자》는 궁중 권력 다툼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지만, 그 중심에는 인물들의 감정과 관계의 변화가 있다. 하선이 왕의 자리에 앉으면서 생겨나는 관계의 변주와, 그 속에서 인물들이 겪는 감정의 변화는 이 영화의 서사를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하선의 감정 여정은 ‘두려움’에서 시작한다. 처음 왕의 자리에 앉았을 때 그는 그저 놀라움과 공포로 가득 차 있었다. 실수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긴장감, 그리고 자신이 전혀 모르는 세계에 갑자기 던져졌다는 불안이 그의 얼굴과 행동에 그대로 드러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왕의 자리에서 오는 책임과 권한을 이해하게 되고, 처음에는 형식적으로 하던 결정이 점점 ‘진심 어린 선택’으로 바뀐다. 두려움은 사라지고, 대신 책임감과 자부심이 자리 잡는다.

하선과 허균의 관계 변화는 영화의 또 다른 축이다. 처음 허균은 하선을 철저히 ‘왕을 대신하는 도구’로만 생각했다. 그는 하선을 정치적 공백을 메우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데려왔을 뿐이었다. 하지만 하선이 권력을 자기 이익이 아닌 백성을 위해 쓰는 모습을 보면서, 허균은 점점 그의 인품과 결단에 감화된다. 허균은 냉정한 정치가에서, 하선을 지키고 그의 결정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동반자로 변한다.

중전과 하선의 관계 역시 섬세하게 변해간다. 처음 중전은 하선을 경계했다. 남편인 광해군과 너무도 닮았지만, 어딘가 다른 그의 태도와 시선에 혼란을 느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하선의 따뜻함과 진정성이 중전의 마음을 열었다. 중전은 하선에게서 권력자보다는 한 인간으로서의 배려와 존중을 느끼고, 그와의 관계 속에서 잊고 있던 미소와 평온을 되찾는다. 이 관계는 로맨스의 경계까지는 가지 않지만, 서로의 마음을 위로하는 깊은 유대감으로 발전한다.

조정 대신들과의 관계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처음 하선은 정치와 법률에 무지했고, 대신들은 그를 우습게 보았다. 그러나 하선이 부당한 법을 바로잡고, 백성을 위한 결정을 과감히 내리자 대신들은 조금씩 그를 존중하게 된다. 일부는 여전히 그를 시험하려 하지만, 많은 대신들이 ‘이 왕은 다르다’는 생각을 품게 된다. 이는 하선이 단순히 연기만 하는 존재에서, 실질적인 지도자로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하선과 진짜 광해군 사이의 관계는 직접적인 대화가 많지 않지만, 영화의 중요한 정서적 장면을 만든다. 광해군이 자리를 비운 동안 하선이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를 알게 되었을 때, 광해군은 분명히 내심의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 그것은 자리에 대한 경계심이자, 동시에 하선의 선택에서 배운 무언가일 수도 있다. 마지막에 광해군이 다시 왕의 자리에 앉을 때, 하선의 영향은 그 안에 남아 있었다.

영화 후반부, 하선이 자신의 정체를 드러낼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궁과 사람들을 지키려 하는 장면은 그의 감정 변화가 절정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생존이 전부였던 그가, 이제는 스스로 위험을 감수하며 타인을 위해 결정을 내리는 존재로 성장한 것이다.

결국 《광해, 왕이 된 남자》의 감정·관계 변화는 한 평범한 광대가 왕의 자리에 서면서 겪는 내면의 성장과, 그로 인해 주변 인물들이 변화하는 과정을 그린다. 하선이 만들어낸 변화는 단순히 그의 개인적 성장에 그치지 않고, 허균, 중전, 대신들, 그리고 심지어 진짜 광해군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런 다층적인 관계 변화 덕분에 영화는 정치 사극임에도 인간적인 울림을 강하게 남긴다.

 

6. 실화와의 차이점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실제 역사 속 인물인 조선 제15대 왕 광해군을 모티프로 한 작품이지만, 이야기의 상당 부분은 허구와 상상에 기반하고 있다. 영화는 광해군 재위 시절의 기록과 역사서의 단편적인 정보에서 출발해, ‘왕의 대역이 실제로 존재했다면?’이라는 가정을 중심으로 서사를 구축했다.

첫 번째 차이점은 왕의 대역 설정 자체다. 역사 속 광해군에 대한 기록에는 그가 대역을 두었다는 내용이 전혀 없다. 광해군은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여러 차례 암살 위협을 받았다는 기록은 있지만, 이를 대비해 외모가 닮은 인물을 왕의 자리에 앉혔다는 구체적인 사료는 없다. 영화는 이 암살 위협과 정치적 혼란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만약 대역을 썼다면?’이라는 가상의 시나리오를 만들어낸 것이다.

두 번째는 하선이라는 인물의 존재다. 영화 속 하선은 기방에서 활동하던 광대 출신으로, 우연히 왕과 닮아 대역 역할을 맡게 된다. 그러나 실제 역사에 하선과 유사한 인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캐릭터는 철저히 창작된 인물로, 평민이 왕의 자리에 오르게 되면서 벌어지는 극적인 사건을 만들기 위해 설정된 장치다.

세 번째로, 영화 속 광해군의 성격과 정치 스타일 역시 역사적 평가와는 다소 다르다. 실제 광해군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사이의 혼란한 시기에 외교적 균형을 중시했고, 전쟁으로 피폐해진 나라를 재건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그는 명과 후금(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펼쳤으며, 토지 제도 개혁과 대동법 시행 등을 추진하는 등 개혁군주의 면모도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권력 다툼 속에서 형제와 왕족을 숙청하는 등 냉혹한 정치적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영화는 이런 복합적인 성격 중에서 불신과 폭군의 면모를 과장해 초반부에 그려냈다. 이는 하선의 등장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기 위한 연출적 선택이었다.

네 번째로, 중전과 하선의 관계도 완전한 허구다. 영화 속 중전은 하선을 처음에는 경계하다가 점차 마음을 열고 깊은 신뢰를 쌓는다. 일부 장면에서는 감정적인 교류가 로맨스에 가까운 뉘앙스를 풍기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 역사에서 광해군의 중전 유씨와 유사한 관계를 가진 인물이나 사건은 기록되지 않았다. 이 설정은 영화의 감정선을 풍부하게 만들고, 하선의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하기 위해 추가된 것이다.

다섯 번째로, 정치 사건의 구성 역시 상당히 각색되었다. 영화 속에서는 하선이 왕의 자리를 대신하며 여러 부당한 법과 관행을 고치고, 백성들의 편에 서는 정책을 과감히 펼친다. 이는 관객들에게 ‘이상적인 왕’의 이미지를 심어주는 장치다. 그러나 실제 광해군 시절의 개혁 정책은 훨씬 복잡한 정치적 계산과 권력 투쟁 속에서 이루어졌다. 영화는 이를 단순화해, 선과 악이 뚜렷한 구도로 재편했다.

여섯 번째로, 결말부의 처리가 역사와 완전히 다르다. 실제 역사 속 광해군은 인조반정으로 폐위되어 강화도로 유배되었고, 이후 제주도로 옮겨져 생을 마쳤다. 영화 속에서는 하선이 권력을 내려놓고 궁을 떠나며 여운을 남기지만, 광해군의 말년과 몰락에 대해서는 전혀 다루지 않는다. 이는 영화가 역사 재현보다는 이야기의 완결성과 여운을 중시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영화 전반에 흐르는 권력관과 정치 철학은 역사적 광해군의 복합적인 이미지와 차이가 있다. 역사 속 광해군은 뛰어난 외교 감각과 개혁 정책에도 불구하고, 권력 유지 과정에서의 과감하고 때로는 잔혹한 결단 때문에 평가가 엇갈린다. 그러나 영화는 하선의 시선을 통해 ‘권력은 백성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단일하고 명료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로 인해 영화 속 광해군과 하선은 실제 역사보다 훨씬 이상화된 인물로 그려진다.

결국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사실에 기반한 역사 영화’라기보다는 ‘역사에서 영감을 받은 가상의 이야기’에 가깝다. 역사와의 차이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이를 통해 인간적이고 이상적인 지도자상을 보여주며 관객에게 강한 울림을 준다. 이러한 각색 덕분에 영화는 단순한 사극을 넘어, 오늘날에도 통하는 보편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